4월을 보내며, ‘휴식’에 대하여
휴식에도 요령이 있나요?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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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른 어떤 달보다 4월은 유독 진정한 봄이 시작되는 것만 같은 달이었습니다. 매서웠던 추위가 드디어 움츠러드는 게 눈으로 확연히 보이는 계절의 시작이었죠. 봄은 새로운 시작을 의미함과 동시에 앞으로 달려갈 추진력을 얻는 계절이기도 합니다. 잠들어 있던 씨앗들이 기지개를 켜고, 영영 시든 것 같던 숲이 다시 푸르러지니까요.
당신은 요즘 어떻게 지내나요? 부지런하게 싹트는 계절만큼이나 바쁜 일상을 보내며 조금 지치지는 않았나요? 이런 소란스러운 세상 속에서 숨 가쁜 삶을 살고 있는 우리에게는 성실한 일상만큼이나 휴식이 필요합니다. 하지만, 사실 '쉰다'는 것만큼 어려운 일이 또 없는 것 같습니다. 모든 것이 빠르게 돌아가는 세상 속에서는 휴식하는 시간조차 알차게 보내야 한다는 부담감이 생기기 때문이죠.
4월, 녘이 선물한 영화 <안경>은 그런 우리에게 하나의 메시지를 던집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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타에코는 어느 날 휴대전화도 터지지 않는 조용한 바닷가 마을, 하네다로 떠난다. 그곳에서 자신과는 다른, 이상하지만 특별한 일 없이 하루를 보내는 사람들을 만난 타에코는 사람들이 이상하다고 생각한다. 결국 민박집을 바꾸려고 하는데…
장르 코미디 러닝타임 106분 감독 오기가미 나오토 배우 코바야시 사토미, 이치카와 미카코, 카세 료, 미츠이시 켄 플랫폼 왓챠, 웨이브, 티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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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끔, 무작정 떠나버리고 싶을 때가 있습니다. 바쁜 일정들, 연락, 내가 신경 써야 하는 모든 것에서 도망치고 싶어지죠. 그럴 때면 여행사 홈페이지를 두리번거리거나, 비행기표 예매 사이트를 들어가 보기도 합니다.
영화 속 주인공 타에코에게 어떤 사정이 있는지는 아무도 모릅니다. 그저 그녀가 핸드폰조차 터지지 않는 ‘하네다’를 찾았다는 것 밖에는요. 이 조용한 하네다 섬 하늘 위를 가로지르는 비행기 소리가 울리면 마을 사람들은 귀를 기울입니다. 하나 둘 씩 도착하는 사람들, 이곳은 사색하기 위해 모이는 섬입니다.
이곳의 사람들은 어딘가를 바라보고, 그렇게 사색에 잠기다, 또 제자리로 돌아갑니다. SNS에 올릴 사진을 찍거나, 수영을 하거나, 휴양지에서도 부지런히 하루를 채우는 뭇 여행들과는 다르죠. 하네다의 주민들은 늘 무언가 권하고 있습니다. 이조차 가치 있는 것들로 일상을 꽉 채우기를 강요하는 밖과는 다릅니다. 그저 좋은 것이 있으면 나누고 본인이 할 수 있는 선에서 그에 대한 보답을 하고, 원하지 않으면 거절해도 되는 단순한 곳이죠.
담담한 사람들과 고요한 섬을 듬뿍 담아낸 영화는 무료하고, 한적하고, 그리하여 평화롭습니다. 영화 <안경>을 본 누군가는 영화를 보다가 졸리면 잠시 낮잠을 자고 일어나 이어 봐도 된다, 고 평할 정도입니다. 멋지게 바다를 보여 주지도, 등장인물들은 즐거운 대화를 나누지도 않습니다. 그저 사색할 뿐이죠. 진정한 휴식 말입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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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글을 읽는 당신은 아무 걱정과 생각 없이 온전히 자신에게 집중해 본 지 얼마나 지났나요? 오래되었다고 답하거나 혹은 기억조차 나지 않을 정도로 아득하다면 어쩌면 영화 <안경>을 퍽 지루하다고 평가할지도 모르겠습니다. 그렇다면 더더욱 시원한 바람이 부는 늦은 오후, 영화를 틀어둔 채 하루를 보내 보세요. ‘나’를 위한 선물 같은 시간이 될 거라고 장담합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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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음에 든다면 이 영화도, 마니또 휴식이 간절한 날에 꺼내 드세요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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리틀 포레스트 : 여름과 가을
눈을 편안하게 해주는 푸릇한 자연의 빛깔과 잔잔하고 느릿한 소리가 가득한 영화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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카모메 식당
여유 없이 바쁜 삶 속, 시선을 돌려 문득 보게 된 것에도 작은 휴식이 있다는 것을 알려주는 영화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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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는 이 바쁘고 소란스러운 세상을 살아가기 위해 저마다의 휴식처를 만들어 둡니다. 마치 하네다 섬처럼요.
당신의 휴식처는 어디인가요? 우리의 아지트를 소개합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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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현
세현의 하네다는 바로 집입니다. 세현의 집에는 아주 커다란 빈백이 하나 있습니다. 귀여운 아기 고양이들도 둘이나 있죠. 세현은 너무 바쁠 때면 한 번씩 쓰러지듯 눕는 버릇이 있습니다. 잠깐의 휴식을 만끽하기 위해서요. 휴대전화를 들어 올려 바닷소리가 나는 영상이나 바다가 연상되는 플레이리스트를 켜고 눈을 감습니다. 정말 아무것도 하지 않고 바닷소리만을 만끽하다가 벌떡 일어나는 거죠. 그런 날이면 침대에 누워 하루를 마무리할 때에 양옆에 누운 고양이를 끌어안고 잔잔한 파도 소리를 들으며 눈을 감습니다. 그러면 아주 조금은 힘이 납니다. 다음을 살아갈 힘이 생기면 그다음을 살고 또다시 휴식을 취합니다.
집으로 충분하지 않은 날이면 세현은 휴대전화 속 갤러리를 열어봅니다. 그곳에는 여행한 나라들의 사진이 가득합니다. 지금 당장 떠나지 않아도 괜찮습니다. 행복한 기억과 다시 갈 곳이 있다는 설렘은 숨통 트일 곳을 마련해주니까요.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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해솔
개개인마다 에너지의 총량이 다른 것처럼 최적의 상태도 각각 다르죠. 해솔은 에너지가 부족한 것을 좋아하지 않습니다. 몸의 힘을 다 뺀 채 침대에 가만 누워 동이 틀 때부터 짙은 밤이 찾아올 때까지 시간을 보내는 행위는 거의 허락되지 않을 정도로요. 그래서 감정 조절이 어려울 정도로 에너지를 소진해 버린 것 같을 때에는 가만히 쉬는 것보다 자신만의 방법으로 휴식을 취하고는 합니다. 유난히 바다를 좋아하는 해솔은 끝없이 펼쳐진 바다를 가만히 바라보며 부서지고 흩어지며 다시 모아지는 파도 소리와 작은 웃음소리들을 듣습니다.
답답할 때, 참을 수 없이 울음이 터져 나올 때나 할 일이 너무 많아 머리가 복잡할 때도, 나만 어딘지 모를 이곳에 멈춰있는 것만 같을 때도 바다에 갔습니다. 해가 저물기 전의 따뜻한 낮에, 바닷가 어느 한구석 모래 위에 자리를 잡고 가만히 바다의 움직임을 보고 있으면 머리 위의 하늘은 짙은 색의 밤이 오기 전까지 온갖 예쁜 색들을 그려냅니다. 그리고 그 시간들을 보내고 나면, 원래의 나로 돌아오는 기분이 듭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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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LAYLIST
난 그저 우리의 하루가 여전히 행복했으면 좋겠어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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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가오는 여름에는 나를 조금 더 아낄 수 있는 우리가 되기를 바랍니다. 또 다른 도약을 위해 온전히 휴식할 수 있기를. 또 만나요, 우리👋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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