6월을 보내며, ‘어린시절’에 대하여 나의 오래된 기억 속 밤잠 설치던 날 |
몽실몽실. 파란 하늘을 떠다니는 구름의 질감은, 비록 우리가 만질 수 없는 수증기의 집합체라는 것을 알고 있음에도 불구하고 무척이나 부드럽고 폭신해 보입니다. 솜사탕 같기도 하고 구름 솜 같기도 하죠. 하지만 눈으로 담을 때와는 달리 하늘을 사진으로 찍는 순간, 폭신하고 부드러운, 아주 얇은 섬유질로 얽혀있는 것처럼 보이던 구름이 어쩐지 조금은 휴대폰 액정에 갇혀버린 딱딱한 덩어리가 된 것 같아집니다. 저에게 구름은 파란색 하늘에 하얀색 크레파스로 그린 것만 같은데도요.
어린 시절의 기억과 감정은 때때로 너무나도 강력합니다. 손이 더러워질 것을 알면서도 굳이 부드럽고 조금은 무거운 크레파스를 손으로 만져본 어린 시절의 감각은 아직도 잊히질 않습니다. 더는 크레파스를 쓸 일도, 살 일도 없는데도요. 그 부드러웠던 감촉을 떠올리는 데까지 생각이 흘러오면 방학 숙제로 그리던 그림일기가 자연스럽게 떠오릅니다. 여러분의 그림일기는 어떤 순간으로 가득 차 있나요? 겁이 많았던 제 일기장에는 주로 두려움에 대한 이야기가 많았습니다. 갑자기 엄마가 보이지 않아 엉엉 울었다던가, 공포 영화를 본 날엔 잠을 이루지 못했다는 등의 이야기처럼요. 지금 생각해 보면 그게 왜 무서웠을까, 이유를 찾기도 어렵지만 아마 시간이 훌쩍 지난 지금의 제가 상상할 수 없을 만큼 격동의 시기였는지도 모르겠습니다. 그 시절의 우리가 생각보다 많은 걸 몰랐기 때문에 두려움도 막연했던 것처럼요
6월, 녘이 선물한 영화 <테스와 보낸 여름>은 우리가 어렸을 적에 한 번쯤은 밤잠 설쳐봤을 고민에 대해 떠올리게 합니다. |
영화 <테스와 보낸 여름> 두려움을 견디는 가장 완전한 방법 |
엉뚱한 소년 ‘샘’은 가족과 함께 떠난 바닷가 휴양지에서도 죽음에 대해 고민하는 중이다. 지구에 남은 마지막 공룡은 어떤 마음이었을까 상상하던 ‘샘’은 언젠가 혼자 남겨질 경우를 대비해 ‘외로움 적응 훈련’에 돌입한다. 그런데 섬에서 만난 소녀 ‘테스’로 인해 계획에 차질이 생기기 시작한다. 혼자도 좋지만… 함께여서 더욱 좋은! ‘샘’과 ‘테스’의 인생을 건 여름 프로젝트가 시작된다!
장르 드라마 러닝타임 84분 감독 스티븐 바우터루드 배우 소니 코프스 판 우테렌, 조세핀 아렌센, 트에보 게리츠마, 제니퍼 호프만 플랫폼 왓챠, 웨이브, 티빙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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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종 무언가 혼자 이겨내기엔 턱없이 부족한 나 자신을 마주하게 될 때가 있습니다. 아무리 나이를 먹어도 혼자서는 모든 것을 이겨낼 수가 없죠. 누군가의 도움을 받고, 조언을 얻고, 힘을 얻듯이 함께 살아가는 게 삶이니까요. 그런데 그런 주변의 모든 사람들이 세상을 떠나고 나만 홀 남겨지게 된다면 어떨까요?
제게 용기와 두려움은 아주 가까운 감정입니다. 두려움이 있기에 용기라는 것을 내고 행동한다고 생각하니까요. 그리고 어릴 적엔 생각보다 두려움에 맞서서 대항하려는 용기가 거대했었다고 느껴질 때가 있습니다. 다른 사람들에게 알리지 않고 나 스스로 이 난관을 헤쳐 나가겠다는, 어찌 보면 조금 오만하고 단순했던 용기. 그러나 그 용기는 결국 모든 사람이 내 주변을 떠나간다는 것을 전제해야 생길 수 있는 것이기도 했습니다.
영화의 주인공 '샘'은 쾌활하고 씩씩한 어린아이입니다. 이 아이에게 있어 지금 가장 큰 고민은 막내인 자신을 두고 모든 가족이 떠나는 날이 언젠간 오고야 만다는 것이죠. 어린 주인공을 통해 전해지는 이 두려움은 결코 가볍지 않습니다. 모든 가족이 자신을 떠나고 혼자 남게 될 날에 대한 두려움, 그 두려움은 어디서 오는 거였을까요? 우리는 사랑하는 것을 위해 무엇이든 할 수 있을 정도로 용기를 내기도 하지만 그 존재로 인해 받을 외로움에 무한정으로 두려움을 느끼기도 합니다. 누군가 한 번쯤은 떠올렸을 질문. 그것은 사랑에게서 온 것이겠죠.
누군가를 사랑한 적이 있다면 한 번쯤 해봤을 고민일 겁니다. 조그만 소란이 들려오는 티비 소리 중간에서 발톱을 깎는 부모님의 뒷모습을 볼 때나, 나이 든 할머니의 뒷모습을 볼 때, 가로등 불빛만이 창문으로 어스름하게 들어오는 밤에 혼자 누워있을 때, 내가 사랑하는 모든 사람들이 떠나고 홀로 남겨졌을 때를 상상하면 드는 고민이죠. 이 두려운 고민은 어릴 적부터 시작해 나이를 먹어도 사라지지 않습니다.
'샘'은 이 두려움을 이겨내기 위해 혼자서 '외로움 적응 훈련'을 합니다. 혼자 있는 시간을 늘리고, 모두가 떠나간 뒤를 상상하며 차마 극복할 수는 없는 외로움에 적응하는 것이죠. 누군가는 어린아이다운 행동이라며 웃어넘길 수 있겠지만, 저는 샘이 용감하면서도 안쓰럽게도 느껴졌습니다. 스스로 두려움에 맞서서 대항하려는 용기는 있었지만, 도움을 요청하지는 못했으니까요. 이 외로움 적응 훈련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시나요?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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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영화의 또 다른 주인공 테스의 등장부터 샘은 변화합니다. 중요한 것은 혼자 남겨질 언젠가의 그날이 아니라 사랑하는 사람들과 함께 시간을 보낼 수 있는 바로 지금이라는 것을 깨닫게 되기 때문입니다. 외로움에 적응하기 위하여 해변에 앉아 보내는 시간보다 가족과 함께 춤을 추고 한바탕 웃어넘기는 순간이 훨씬 반짝일 수밖에요.
이처럼 두려움을 이겨낼 수 있는 때가 있습니다. 고요해지지 않는 시간들이 그렇죠. 우리가 고요해지는 시간은, 물론 물리적으로 모든 소음이 없어지는 때일 수도 있지만, 현재가 아닌 불확실한 미래를 생각할 때라고 생각합니다. 내가 존재하는 이 시간을 받아들이지 못하고 고요해지면 이 공간에서 나만이 분리되는 느낌을 받죠. 현재를 온전히 받아들이지 못하고 불확실한 두려움에 수많은 걱정과 두려움이 몰려오는 겁니다. 걱정이 무가치하고 불필요한 것이라고 하는 것은 아닙니다. 단지 우리가 걱정에 잡아먹히면 안 된다는 거죠. 그렇기 때문에 샘이 그런 두려움과 걱정을 벗어나기 위해 노력하고 그 해결 방법 중 하나를 깨달아 가는 영화인 <테스와 보낸 여름> 은 우리가 언젠가 한 번쯤 봐야 하는 영화 같기도 합니다.
여러분은 지금 이 순간을 어떻게 살고 있나요?
우리는 매일매일 단순히 숨을 쉬는 1분 1초까지 모두 기억 속에 남기게 됩니다. 특별한 기억은 추억이 되고 단조로운 기억들은 습관이 되며 강렬한 기억은 감정으로 남죠. 우리의 삶은 그냥 흘러가지 않습니다. 매 순간 '나'라는 커다란 앨범에 기록되고 있죠.
누군가를 떠나보내는 것이 너무나 무서운 건 당연한 것입니다. 혼자 남아 남은 인생을 살아갈 미래가 아득해 보이는 것도 당연한 일이겠죠. 그러나 그런 두려움 때문에 멈추어 서 있을 수는 없습니다. 나의 두려움의 이유를 알았다면, 그다음은 이 이별이 당연하다는 것을 인정해야 합니다. 내가 아무리 최선을 다해도, 온갖 수를 써도 막을 수 없기 때문입니다. 그렇기에 우리는 사랑하는 모든 것에게 최선을 다하며 살아가야 합니다. 어떤 큰 외로움과 그리움이 차오르더라도 우리가 앨범을 펼쳐 다시 견뎌낼 힘을 얻을 수 있게요.
<테스와 보낸 여름>은 우리가 어린아이를 보듯, 무척이나 귀여운 영화입니다. 그렇지만 마냥 귀엽다고 할 수 없는 이유는, 영화가 가진 주제 의식 때문입니다. 많은 영화가 '현재에 집중하라'는 메세지를 던지지만 어린아이의 입을 통해, 그리고 우리가 맞서고 싶지 않았던 이별이라는 두려움을 통해 전달되는 이야기는 결코 가볍지 않습니다. 우리는 두려움이라는 감정 앞에서 언제나 어린아이처럼 작아지고 순수해집니다. 그러나 나이를 먹으며 두려움을 이겨낸다기보다는 당장 더 중요한 일을 해결하기 위해 덮어두고 사는 것 같습니다. 6월의 영화 <테스와 함께 한 여름>을 여러분은 어떻게 보셨나요? 여름, 영화 속 주인공들처럼 그 언젠가 찾아올 외로움을 견뎌내기 위해,
지금도 기록되고 있을 우리의 앨범을 반짝이는 순간들로 가득 채워보는 건 어떨까요? |
마음에 든다면 이 영화도, 마니또 여름방학이 간절하다면 함께 떠나요 |
플로리다 프로젝트 아이들의 꿈, 디즈니랜드 맞은편에 사는 사회로부터 방치된 아이들의 모험에 대한 영화 꼬마 니콜라의 여름방학 여름방학에 시작된 사랑과 이별을 피하기 위해 일으키는 유쾌한 사건에 대한 영화 우리와 함께 눅눅한 바람을 타고, 우리의 여름방학 |
여름방학, 아마도 다시는 만들 수 없는 추억들일 겁니다. 시간을 과거로 돌릴 수 없기에 우리는 추억이 더 소중한 것일지도요.
당신의 여름은 어떤 기억을 품고 있나요? |
세현 세현의 여름 방학은 무척이나 단조롭고 평범했지만 그래서 더욱 소중한 시간들이었습니다. 여러분들은 시골 할머니 댁에 내려가 논 옆의 작은 개울에서 헤엄쳐본 적이 있나요? 세현은 여름방학 하면 그날의 기억이 가장 먼저 떠오른다고 합니다. 쨍하게 내리쬐던 햇볕은 물속에서 한 김 식혀지고, 햇빛은 일렁이는 물결 표면에 붙어 흔들립니다. 물속에선 붕붕 뜨던 옷자락이 물 밖으로 나오면 몸에 착 달라붙지만 기분 나쁘지 않았던, 뜨거운 태양과는 달리 조금은 시원한 바람이 더위를 물리치던 그 시절. 가만히 물 위에 몸을 띄우고 있으면 새끼손가락만 한 투명한 물고기가 주위를 지나가는 그런 경험은 어떻게 보면 너무도 평범하고 단조로워 보이지만 10년을 훌쩍 넘기는 세월 동안에도 잊혀지지 않을 만큼 선명한 기억이기도 합니다. |
인애 인애는 여름 방학이 되면 기차를 타고 해운대로 출발했습니다. 그곳에는 명절이 아니면 쉽게 만날 수 없었던 외할아버지와 외할머니, 이모와 사촌 동생이 있었죠. 좁은 그늘 안에 온 가족이 모여 치킨을 먹는 것도, 뜨거운 모래사장 위에서 달리기 경주를 하는 것도 좋았지만, 특히 인애가 좋아하는 것은 할머니 할아버지와 함께 바다에 뛰어드는 일이었습니다. 물을 유독 무서워하는 인애였지만 커다란 튜브와 든든한 할아버지가 있다면 무서울 것은 없었거든요. 발이 잠시 바닥에서 떨어지는 순간에는 목 놓아 할아버지를 불러보기도 했고, 구명조끼를 입은 채 할머니의 품에 안겨 두둥실 떠다니기도 했습니다. 그렇게 하루 종일 놀고 나면 온몸에서는 바다의 짠 냄새가 진동하고, 피부는 발갛게 익었지만 그것이 문제 될 리가요. |
당신의 두려움보다 더 큰, '지금'이라는 행복이 가득하길 바랍니다. 두려운 미래를 견디기 위해 온전히 현재에 집중할 수 있기를. 또 만나요, 우리👋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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